'FTX에 자금 묶였는데, 추천인에 책임 물을 수 있나요? 전문가에게 물어보니
초대형 가상자산 거래소 FTX가 파산하면서 투자자들이 자금을 빼내지 못하는 사태가 이어지고 있다. 이에 일각에서는 FTX 추천인(레퍼럴)에 책임을 물을 수 있다는 의견이 제기된다.
다만 법조계는 민사상 손해배상, 형사상 사기죄 모두 묻기 어려울 것으로 봤다. 통상 추천인은 형사상 사기죄의 고의가 없는데다, 민사상 불법행위에서도 불법행위의 고의가 없기 때문이다.
30일 은 블록체인·스타트업 전문 로펌인 디센트법률사무소에 FTX의 출금 정지로 피해를 본 투자자들이 추천인(레퍼럴)에게 민·형사상 조치를 취할 수 있는지 여부를 문의했다. 또 추천인이 외국인이거나 외국에 거주하는 경우에도 손해배상 청구가 가능한지 살펴봤다.
이에 대해 디센트법률사무소 측은 "추천인은 원칙적으로 형사상 사기죄의 고의가 없어 사기죄 처벌이 어려 울 것"이라고 설명했다.
일반적으로 '레퍼럴 마케팅'은 추천인 제도로 운영된다. 추천인 코드를 배포하는 추천인은 거래소로부터 일정 보상을 받고, 추천인을 통해 가입하는 투자자는 수수료 감면 혜택을 받는 식이다.
이때 추천인에게 형사상 사기죄를 묻기 위해선 사기죄의 구성요건에 해당하는지 살펴봐야 한다.
형법 제 347조 상 사기죄가 성립되기 위해선 '기망'과 '재물 또는 재산상 이익 취득' 두 가지가 인정돼야 한다. 기망에서는 '사기'라는 것을 알거나 알 수 있었던 사정이 있었음에도 추천했다는 점을 입증해야 한다. FTX 추천인의 경우 소개비 명목으로 취득한 이익이 있으므로 재산상 이익 취득은 입증할 수 있다. 따라서 '기망' 요건에 해당하는지가 주요 쟁점이다.
디센트법률사무소 측은 "FTX는 세계적으로 규모가 큰 거래소로, 그 내부에 문제가 있다는 사실을 추천인 대부분은 몰랐을 확률이 높다"며 "따라서 FTX에 문제가 발생하기 전 레퍼럴 행위에 대해선 사기죄의 고의가 없어 추천인을 처벌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FTX 내부에 문제가 있음을 알고도 레퍼럴 행위를 했다면 사기죄 성립이 가능할 수 있겠으나, 그 입증이 아주 어려워 사실상 사기죄 처벌은 힘들다"고 덧붙였다.
다만 FTX 파산이 임박해 출금이 중단된 시점에도 레퍼럴 행위를 했다면 결과가 달라질 수 있다.
디센트법률사무소 측은 "출금이 중단된 시점에도 '내가 FTX를 다 아는데 문제가 없을 것이니 안심하라'는 말을 하며 레퍼럴 행위를 했다면 그 부분에서는 사기죄가 성립할 가능성이 높다"며 "FTX 파산이 충분히 예상됐음에도 문제가 없다고 투자자를 속였다면 사기죄의 고의로 인정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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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문제되는 것은 고의 또는 과실의 유무다. 디센트법률사무소 측은 "이 부분은 형사의 '고의'보다 조금 더 넉넉하게 인정되고, 입증하기가 더 수월하다"면서도 "세계적인 거래소 FTX가 문제가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레퍼럴 행위를 할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고, 있다고 하더라도 입증이 어려워 현실적으로 민사소송도 제기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다만 "FTX파산이 임박한 것이 뉴스에 나오고 모두가 알게 되었음에도, 문제가 없다고 얘기하며 추가 레퍼럴 행위를 했다면 민사소송도 충분히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형사상 사기죄의 경우, 한국 국적을 가진 추천인은 모두 국내법의 처벌 대상이다. 또한 한국에서 또는 한국인을 대상으로 한 레퍼럴 행위는 국내법 상 처벌 대상이 된다.
민사상 불법행위의 경우 다양한 요소를 고려해야 하지만, 그 행위가 한국에서 이뤄졌다면 한국법이 적용된다. 디센트법률사무소는 "그 외 요소는 아주 다양한 경우의 수를 따져보아야 하는데, 많은 경우에서 한국법이 적용될 수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