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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WS 언론보도

“지갑·스테이킹·레퍼럴까지 규제권 진입”… 가상자산 ‘경계선 사업자’ 번진 규제에 업계 혼란

FIU·금융위, 레퍼럴·리딩방까지 ‘미신고 취급업자’ 경고… 스타트업은 “준법 비용 감당 불가”

 

가상자산 시장의 제도권 편입이 가속화되면서 금융당국의 규제 칼날이 거래소 밖 '회색지대'를 겨냥하고 있다. 그동안 암묵적으로 허용되거나 감시망에서 비켜나 있던 지갑(Wallet) 서비스, 스테이킹, 심지어 해외 거래소 레퍼럴(Referral) 마케터들까지 '가상자산사업자(VASP)'라는 규제의 틀 안에 갇힐 위기에 처했다. 업계에서는 "사업의 본질을 IT 인프라나 마케팅으로 봤던 영역까지 무리하게 금융 규제를 들이댄다"는 볼멘소리와 "투자자 보호를 위해 불가피한 조치"라는 시각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 "키(Key) 쥐고 있으면 사업자"... 지갑·스테이킹의 운명

블록체인 생태계에서 '자산의 통제권'은 규제 적용의 핵심 잣대가 됐다. 겉보기엔 단순한 소프트웨어 제공업체나 핀테크 서비스로 보일지라도, 이용자의 자산 이동과 관리에 실질적으로 개입한다면 금융당국은 이를 VASP로 간주하겠다는 입장이다.

대표적인 분야가 지갑과 스테이킹, 그리고 온체인 데이터 분석 솔루션 등이다. 금융정보분석원(FIU)의 신고 매뉴얼을 뜯어보면 당국의 의도는 명확해진다. 개인 키를 보관하지 않고 단순히 프로그램만 제공하는 '논 커스터디얼(Non-custodial)' 지갑은 신고 대상에서 빠질 수 있지만, 사업자가 독자적인 통제권을 행사할 여지가 조금이라도 있다면 규제 대상이 된다.

스테이킹 역시 단순 예치를 넘어 운용의 성격을 띤다면 향후 도입될 가상자산 업권법 논의 과정에서 규제 울타리 안으로 들어올 공산이 크다. 기술 기업을 표방하던 인프라 업체들이 졸지에 금융 규제 준수라는 거대한 숙제를 떠안게 된 셈이다.
 

◇ "유튜버도 타깃?"... 레퍼럴·리딩방에 떨어진 경고장

더 큰 파장은 마케팅 영역에서 일고 있다. 유튜브나 텔레그램, 오픈채팅방을 통해 해외 거래소를 홍보하고 수수료를 챙기는 '레퍼럴' 방식과 특정 코인 투자를 권유하는 '리딩방' 운영자들이 규제 사정권에 들어왔다.

금융위원회와 FIU는 최근 미신고 사업자를 '불법 가상자산 취급업자'로 규정하며 강경 대응을 예고했다. 그동안은 이를 단순한 정보 제공이나 제휴 마케팅으로 치부했지만, 당국은 이를 실질적인 '중개 행위'로 해석하기 시작했다. 텔레그램 방에서 "이 코인 사라"고 외치거나 해외 거래소 가입 링크를 뿌리는 행위가 자칫 특금법 위반은 물론 자본시장법상 미등록 투자자문·중개 행위로 처벌받을 수 있다는 의미다.
 

◇ 억대 비용 vs 형사 처벌... 스타트업의 '생존 딜레마'

문제는 규제를 지키고 싶어도 현실적인 벽이 너무 높다는 점이다. 특금법상 VASP 신고 수리를 위해서는 정보보호관리체계(ISMS) 인증과 자금세탁방지(AML) 시스템 구축이 필수다. 초기 구축에만 막대한 자금이 들어가고, 매년 억 단위의 유지 비용이 발생한다.

여기에 가장 큰 난관인 '실명확인 입출금 계정(실명계좌)' 발급은 스타트업 규모의 경계선 사업자들에게는 사실상 '그림의 떡'이다. 시중은행들이 자금세탁 리스크를 이유로 보수적인 태도를 고수하고 있어 계좌 발급 자체가 하늘의 별 따기다.

그렇다고 손을 놓고 있을 수도 없다. 미신고 영업이 적발될 경우 5년 이하의 징역이나 5천만 원 이하의 벌금이라는 형사 처벌이 기다리고 있다. 영업정지는 물론 향후 금융권 거래 제한까지 당할 수 있어 사실상 폐업 선고나 다름없다. 업계 관계자는 "신고 요건을 갖추자니 돈과 은행 문턱에 막히고, 가만히 있자니 범법자가 될 판"이라며 답답함을 토로했다.

◇ "비즈니스 모델, 법적으로 재설계해야"
법률 전문가들은 규제 환경이 급변하는 만큼 기존의 사업 관행을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단순히 VASP 신고 대상이냐 아니냐를 따지는 수준을 넘어섰다는 것이다.

디센트 법률사무소 진현수 대표변호사는 "최근 규제 동향은 사업 모델의 실질적 기능과 법적 성격을 종합적으로 분석하는 단계로 진화했다"고 진단했다.

진 변호사는 "특히 레퍼럴이나 리딩방, 인프라 기업의 경우 특금법상 VASP 이슈뿐만 아니라 자본시장법상 투자자문·중개 이슈가 중첩될 수 있어 정밀한 법적 검토가 필수적"이라며 "과도기적 규제 환경에서는 사후 대응보다 선제적인 법률 구조 점검과 컴플라이언스 체계 구축만이 사업 지속가능성을 담보하는 방어 수단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가상자산 시장이 성숙기에 접어들며 '혁신'과 '불법'의 경계는 더욱 흐릿해지고 있다. 당국의 규제 강화 기조 속에서, 회색지대에 머물던 사업자들은 이제 생존을 위한 명확한 법적 좌표 설정이 불가피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