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O의 법적 지위는 무엇일까요?
DAO는 Decentralized Autonomous Organization의 약자입니다. 우리나라 말로 번역을 하면 탈중앙화된 자율조직입니다.
탈중앙화란 이사회와 같은 중앙권력기관이 없는 것을 의미하고, 자율조직이란 규제기관으로부터 자유로운 것을 의미합니다.
아직 DAO라는 개념이 확실하게 자리 잡지 않았고 지금도 실험 단계에 있기에 이를 개념화하는 것이 타당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1번 후보 "조합"
- 조합은 2인 이상이 상호출자하여 공동사업을 경영할 것을 약정함으로써 그 효력이 생기는 단체입니다. 보통 법인을 설립하지 않고 동업을 하거나 공동으로 자금을 모아 사업을 하거나 투자를 하는 경우입니다. 조합은 계약서를 작성하지 않아도 당사자 간 합의만으로도 성립합니다.
- 조합의 업무집행은 특별사무와 통상사무로 나뉘는데 조합재산의 처분과 같은 특별사무는 조합원의 과반수로 결정하고, 사업장에서 물건을 파는 것과 같은 통상사무는 단독으로 할 수 있습니다.
- 물론, 대외적인 거래 관계에서 상대방은 조합의 내부 사정까지 알 수 없으므로 조합원 중 1인이 조합의 명칭을 사용하면서 계약 등의 행위를 하더라도 유효합니다. 나머지 조합원들은 무권대리를 주장할 수 있으나 상대방은 표현대리로 항변이 가능하다는 것입니다.
- 이 경우 나머지 조합원은 거래 상대방에 대하여 조치를 취하는 것이 아니라 무권대리를 한 조합원을 상대로 손해배상청구 혹은 부당이득반환청구를 하여야 할 것입니다.
- 법인을 설립하지 않은 많은 블록체인 프로젝트의 경우 단체보다는 개인적인 능력과 색채가 강하기 때문에 법적으로 조합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물론, DAO를 조합으로 구성하는 것이 가능합니다.
- 그러나, 공동사업이라는 목적과 출자의무를 요건으로 하는 조합과는 달리 많은 DAO의 경우 공동으로 사업한다는 목적과 출자의무가 없어도 누구나 DAO의 구성원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전제로 하므로 그러한 경우에는 조합이 적절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2번 후보 "비법인사단"
- 사단은 구성원의 가입과 탈퇴에 상관없이 존속하고, 일정한 목적을 가지며, 그 사단을 위하여 행동하는 기관을 가진 인적 결합입니다.
- 이러한 단체가 설립절차를 밟아 권리능력을 취득한 것이 사단법인이고, 그러한 허가나 규제를 받지 않기를 원하는 것이 비법인사단입니다.
- 비법인사단의 대표적인 예로 종중, 교회, 법인의 하부조직, 입주자대표회의, 부녀회 등이 있습니다.
- 비법인사단에 대하여 민법은 4개의 규정만을 가지고 있습니다.
① 법인이 아닌 사단의 사원이 집합체로서 물건을 소유할 때에는 총유로 한다.
② 총유에 관하여는 사단의 정관 기타 계약에 의하는 외에 다음 두 개의 규정에 의한다.
③ 총유물의 관리 및 처분은 사원총회의 결의에 의한다.
④ 각 사원은 정관 기타의 규약에 좇아 총유물을 사용, 수익할 수 있다.
- 물론, 비법인사단도 그 실질이 사단법인과 크게 차이가 없기 때문에 우리나라 대법원은 사단법인에 관한 규정 중 법인격을 전제로 하는 것(법인등기)을 제외한 나머지의 유추를 인정합니다. 어쨌든, 원칙적으로 비법인사단은 자율적인 내부 규약에 따라 행동하는 단체인 것입니다.
- 여기에서 우리나라 변호사라면 누구나 알고 있는 판례가 있습니다. 우리나라 대법원은 교인들의 집단 교회 탈퇴로 인한 교단 분리 사건에서 구성원들의 집단적 탈퇴로 비법인사단이 2개로 분열되고 분열되기 전의 비법인사단의 재산이 분열된 비법인사단들의 구성원들에게 각각 총유적으로 귀속되는 결과를 초래하는 형태의 비법인사단의 분열은 허용되지 않는다고 판시한 바 있습니다. 갑자기 이더리움 머지가 떠올랐는데 이더리움 머지는 분열이라기 보다는 사업운영 방식의 변경이라고 보는 것이 더 가깝지 않을까 싶습니다.
- 한편, 비법인사단의 재산은 총유로 합니다. 총유물의 관리 및 처분은 우선 자체적인 정관이나 규약에서 정하는 바에 따르고, 정관이나 규약이 없으면 사원총회의 결의로 합니다.
- 한편, 정관이나 규약 그리고 사원총회의 결의 없이 한 총유물의 관리 및 처분행위는 상대방의 선의나 악의 여부를 불문하고 무효입니다. 조합과는 달리 표현대리의 항변은 적용되지 않기 때문에 상대방은 비법인사단 및 대표자를 상대로 손해배상책임 또는 부당이득반환청구를 하여야 할 것입니다.
- 비법인사단에서는 구성원의 개인성보다는 단체로서의 단일성이 더 크게 나타납니다. 즉, 법인을 설립하지 않은 블록체인 프로젝트 중 단체적인 색채가 강하고 누구나 자유롭게 가입하거나 탈퇴할 수 있으며 출자의무를 부담하지 않는 종류의 DAO는 비법인사단에 해당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
- 추가로, 기존에 법인이 이미 존재하는 경우 법인의 하부조직으로서 별도의 규약을 갖추었다면 TF팀을 결성하여 비법인사단을 출범하는 것도 가능할 것입니다.
개인적으로 DAO는 전 세계의 다양한 시장 참여자들이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하여 공동의 목적을 달성하는 자율 단체라고 생각합니다.
DAO는 구성원의 투표를 통해 정한 규약을 코드화하여 실행하는 것이 특징이고, 정부의 개입이 최소화되는 단체로서 굳이 법적인 지위를 정하자면 비법인사단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다만, 각 나라에는 관할과 준거법이 존재하기 때문에 이더리움과 같이 글로벌한 구성원을 가진 재단에 대하여 어느 나라의 정부가 어떠한 법리에 따라 규율할 것인지는 앞으로 더 지켜봐야 할 것입니다.
한편, 비법인사단의 경우 법인격이 없는 단체이기 때문에 사업을 운영할 때 여러 가지 제약사항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비즈니스적인 측면에서는 법인으로 운영하되 내부 규약이나 운영방식만 DAO의 방식으로 구성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