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치 프리미엄 활용한 환치기 사건의 무죄판결 분석
최근 비트코인이 원화와 달러 모두 신고가를 기록하며 다시금 가상자산 시장이 과열되고 있습니다. 대한민국은 전 세계적으로 코인 투자자들이 많은 국가입니다. 업비트 거래소 1개에서만 하루 수조원의 거래량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코인거래의 특성상 호가창이 통일되어 있지 않고, 각 거래소마다 각자의 호가창을 가지므로 국내와 외국 거래소의 코인 가격뿐만 아니라 국내 거래소끼리의 코인 가격이 달라지는 경우가 있습니다.
특히 국내 거래소와 외국 거래소의 코인 가격차이가 크게 벌어지는 경우가 있습니다. 코인시장이 과열될 경우 그 시세차이가 크게 벌어집니다. 최근 국내 거래소와 해외 거래소의 시세 차이가 10%까지 벌어지기도 했습니다.
즉, 외국에서 코인을 사 온 뒤, 국내 거래소에 코인을 매도하면 10% 이익을 볼 수 있는 상황입니다.
김치 프리미엄으로 이익을 내는 방법이 법적으로 가능할까요? 최근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김치 프리미엄에 대해 무죄를 선고한 판례를 통해 알아봅시다.
범죄사실
이들은 ① 국내 회사에 코인거래를 위한 자금을 모아, ② 가짜 무역대금 증거를 만들어 은행에 환전 및 외환송금을 요청, ③ 해외 법인은 그 자금으로 현지 거래소에서 코인을 매수, ④ 현지 거래소에서 코인을 국내 거래소로 송금, ⑤ 국내 거래소에서 김치 프리미엄을 얻어 높은 금액에 코인을 매도해서 이익을 얻은 뒤 반복해서 큰 수익을 얻었습니다.
대부분의 김치 프리미엄을 활용한 차익거래는 위와 같은 형식으로 이뤄지고, 중간에 다른 절차가 추가되기도 합니다.
이들의 혐의는 ① 정부에 등록하지 않은 채 외국환 업무를 한 것(외국환거래법위반), ② 가짜 무역대금 증거를 만들어 은행에 제출해 송금하게 하는 등 업무를 방해한 것(업무방해), ③ 신고 없이 가상자산사업을 운영한 것(특정금융정보법위반) 등의 혐의를 받았고, 결과적으로 무죄를 받았습니다.
외국환거래법위반(무죄)
우리나라는 과거 IMF사태 등을 겪으며 외국환 부족으로 경제위기를 겪은 아픔을 겪은 나라이기에, 외국환을 허가 없이 외국으로 반출시키는 행동을 엄격하게 금지하고 있습니다. 이것을 구체화시킨 것이 외국환거래법입니다.
구체적으로 외국환거래법은 대한민국과 외국 간의 지급업무가 딸린 업무를 업으로 하기 위해서는 미리 기획재정부 장관에게 등록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이 업무를 하기 위해서는 상당한 규모의 자금력과 인력을 갖춰 정부의 승인을 받아야 하고, 승인을 받는다 하더라도 김치 프리미엄을 이용한 차익거래는 어렵습니다. 이들은 그런 절차 없이, 해외 법인과 무역을 한다며 은행 직원에게 가짜 송장을 만들어 외국환을 송금하게 했습니다.
그런데, 법원은 이들에게 외국환거래법위반죄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이 사건에서 외국환을 외국으로 송금한 것은 은행이며, 차익거래를 한 자들은 외국환 송금을 은행에 ‘신청’한 사람일 뿐이라는 것입니다.
형사법은 매우 엄격하게 해석해야 하고, 부당하게 확장 해석하는 것은 허용될 수 없다는 것이 우리나라 헌법의 대원칙이므로, 이들의 행위에 대해 무죄를 선고한 것은 타당해 보입니다.
업무방해(무죄)
위계(속임수)로 사람의 업무를 방해하면 업무방해죄로 처벌받습니다. 그러나 그 속임수가 조잡해서 직원이 철저히 심사했다면 걸러낼 수 있었을 속임수임에도 불구하고 직원이 심사를 충분히 하지 않았다면, 그것은 업무방해죄가 될 수 없습니다. 이 법리는 오래 전부터 위계에 의한 업무방해죄를 판단하는 대법원의 기준이 되었습니다.
이 사건에서, 법원은 ① 거래를 증명하는 송장이 매우 부실하게 작성되어 있었던 점, ② 거액을 송금한 국내법인이 자본금이 매우 작은 규모여서 의심할 수 있었던 점, ③ 해외송금내역 일부는 의심거래로 분류되어 금융정보분석원에 보고되기도 한 점 등을 고려하여, 은행 직원이 외국환업무를 하면서 심사를 충분히 하지 않았다는 점을 보아 업무방해도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이들이 만약 은행 직원을 철저히 속이기 위해 송장을 매우 치밀하게 작성하고, 국내 법인에 큰 매출을 일으켜 실제 무역업을 하는 것처럼 꾸몄다면 이들은 처벌받았을 가능성이 매우 높은데, 오히려 이들의 수법이 치밀하지 않았기 때문에 업무방해에 대해 무죄를 받을 수 있었습니다.
특정금융정보법위반(무죄)
코인 투자자들에게 특금법은 익숙한 법입니다. 2022년 3월경 국내 거래소들이 이 법에 따라 ‘트래블룰’을 시행하며, 자금세탁방지를 위해 코인거래의 내역을 수집하고 감시하기 시작했습니다.
이 사건에서 문제된 것은, 특금법이 코인거래를 업으로 하기 위해서는 금융위원회에 ‘가상자산사업자’신고를 하도록 규정된 조항입니다.
가상자산을 매도, 매수하는 행위 역시 가상자산사업자의 업무에 포함됩니다. 신고 없이 해외 거래소에서 코인을 매수하고 국내 거래소에서 코인을 매도한 행위를 반복적으로 한 것은 가상자산사업자 업무입니다.
검찰은 신고 없이 불특정 다수 고객을 상대로 가상자산을 반복적으로 매도, 매수하는 행위를 반복했으므로 이들을 특금법위반으로 기소했습니다.
이에 대해 법원은 이들을 특금법위반으로 처벌하려면 가상자산을 매도, 매수하는 행위를 하면서 불특정 다수를 상대로 반복적인 영업행위를 했다는 점이 증명돼야 합니다. 이들의 거래 과정에서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했다는 점이 전혀 없다는 점에 주목했습니다.
즉, 이들은 코인 거래소의 이용자일 뿐이지, 불특정 다수를 상대로 하지 않았으므로 가상자산사업자가 아니라는 것입니다. 이렇게 특금법위반죄에 대해서도 무죄 선고가 내려졌습니다.
향후 차익거래의 가능성
그러나 이 판례만으로 국내와 해외의 코인 가격차이를 이용한 차익거래가 무조건 허용된다고 볼 수 없습니다. 이 판례로 인해 은행들은 해외와의 거래 등의 명목으로 송금하는 외국환 업무를 더 많이 심사할 수 있습니다. 코인 구매를 위해 해외로 송금하는 것이 더욱 어려워질 수 있습니다.
다만, 우리나라가 과거 IMF등의 경제위기를 겪으며 외국환 관리의 중요성이 있다고 하더라도, 국내 거래소의 코인 가격이 해외 거래소의 코인가격에 비해 크게 비싼 비정상적인 상태가 오래 유지되어서는 안 됩니다. 해외 거래소와 국내 거래소의 코인 가격 차이를 줄여 국내 투자자의 피해를 막는 대안도 빠르게 마련돼야 합니다.
미국에서는 비트코인 ETF가 승인되는 등 가상자산이 매력적인 투자처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우리나라 투자자들은 해외 투자자들보다 훨씬 비싼 가격에 가상자산을 구매할 수밖에 없다면 이들의 손해 역시 국가적 낭비가 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