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의 신주발행 시, 사전동의권은 유효한가요?
대법원 민사2부는 2023년 7월 13일 회사의 투자자인에게 신주발행과 같은 ‘회사의 중요 경영사항’에 관한 사전동의권을 부여하는 약정을 무효로 본 원심판결을 파기환송 하는 판결을 선고했습니다.
사전동의권 부여 조항은 스타트업 및 벤처 투자계약 시 필수적 검토사항에 해당하고, 투자계약의 방향성 설정에 중요한 위치를 차지합니다. 위 약정의 유효성 여부를 판단한 이번 대법원 파기환송 판결은 향후 투자 동향 및 실무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하기 때문에 더욱이 유의 깊게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사실관계
원고인 투자회사는 소프트웨어 개발업을 하는 피고인 대상회사와 20만 주의 주식을 20억 원에 인수하는 약정을 체결하면서 ➀ 원고의 투자 이후 피고 회사가 원고의 최종 주당 인수가격보다 낮은 가격으로 유상증자 등을 하거나 주요한 경영사항에 대하여 원고에게 사전통지 및 동의를 받아야 할 의무가 있고, 이를 위반할 경우 피고 회사가 원고에게 손해배상 명목으로 이 사건 주식에 대한 조기상환청구권 등을 부여하고 이에 더하여 위약벌을 부담하기로 하는 내용의 약정을 체결하였습니다.
그 후, 피고 회사는 다른 회사와 1차, 2차 유상증자를 하면서 원고에게 유상증자에 관하여 사전통지 및 동의를 구하지 않았고, 원고는 피고 회사가 위 유상증자를 하면서 사전통지 및 사전동의 의무를 위반하고 시정요구에 불응했음을 이유로 약정 위반에 따른 조기상환대금 및 위약벌의 지급을 구하는 소를 제기하였습니다.
사건의 쟁점
이 사건의 쟁점은 ➀ 신주인수계약 중 주요한 경영사항에 대한 사전동의권 약정이 주주평등의 원칙을 위반하여 무효인지, ➁ 원고에 대한 사전통지 의무 위반이 그 위반의 정도가 경미하여 조기상환청구 및 위약벌을 구할 수 없는 것인지에 있습니다.
주주평등의 원칙이란 ‘주주와 회사 간의 관계에서의 주식 수에 따른 평등’을 말합니다. 주주평등의 원칙을 위반한 약정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무효입니다. 이때 특별한 사정이란 회사가 일부 주주와 다르게 대우하는 경우에도 그 차등적 취급을 정당화할 수 있는 경우를 말합니다(대법원 2018. 9. 13. 선고 2018다9920, 9937 판결, 대법원 2020. 8. 13. 선고 2018다236241 판결 등 참조).
대법원의 판단
주주평등원칙의 예외로서 차등적 취급을 허용할 수 있는지 여부는 “▲차등적 취급의 구체적 내용, ▲회사가 차등적 취급을 하게 된 경위와 목적, ▲차등적 취급이 회사 및 주주 전체의 이익을 위해 필요하였는지 여부와 정도, ▲일부 주주에 대한 차등적 취급이 상법 등 관계 법령에 근거를 두었는지” 등으로 판단하고, 회사가 자금조달을 위해 신주인수계약을 체결하면서 일부 주주에게만 우월적 권리를 인정하는 경우 “주주가 납입하는 주식인수대금이 회사의 존속과 발전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자금이었고 투자유치를 위해 해당 주주에게 회사의 의사결정에 대한 동의권을 부여하는 것이 불가피하였으며 그와 같은 동의권을 부여하더라도 다른 주주가 실질적․직접적인 손해나 불이익을 입지 않고 오히려 일부 주주에게 회사의 경영활동에 대한 감시의 기회를 제공하여 다른 주주와 회사에 이익이 되는 등으로 차등적 취급을 정당화할 수 있는 특별한 사정이 있다면 이를 허용할 수 있다.”라고 판단하였습니다.
대상판결의 의의
본 판결은 특정 주주에게 다른 주주들보다 우월적인 권리를 부여하는 계약서상 조항은 주주평등 원칙에 반하는 것이 원칙이라는 기존의 법리를 재확인하면서도, 이를 정당화할 수 있는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 유효할 수 있는 예외에 대한 기준을 제시하였다는 점에서 그 의의가 있습니다.
기존에는 사전동의권뿐만 아니라 특정 주주에 대한 우월한 권한을 부여하는 조항들 또한 무효일 가능성이 컸으나 이번 대법원 판결로 인해 향후 스타트업 투자 실무는 투자사에게 더욱 유리한 형태의 투자계약서 작성을 기반으로 특히 초기 투자사들이 더욱 적극적인 방법으로 투자유치에 나설 것으로 예상합니다.
다만, ‘특정 권리가 부여된 주식의 양도 후 계속적 효력’에 대한 이번 대법원 판결과 투자 실무의 상황은 여전히 서로 대치되고 있습니다. 대법원은 “제3자가 사전동의권이 부여된 주식은 채권적 권리로 주식을 양수받아도 양수인에게 그와 같은 지위가 승계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상법상 허용될 수 없는 특별한 주식이라고 볼 수 없다”라고 판단하였으나, 투자 실무에서는 사전동의권을 포함한 권리의 양수 규정을 대부분 포함하고 있습니다. 이와 관련하여 다른 주주들보다 우월한 권리가 부여된 주식을 그대로 양수하는 계약의 경우 그 전후 사정을 살펴보아야 하겠지만 우월한 권리에 대한 부분은 주주평등 원칙에 반하여 무효라고 보면서도 주식 양수도 계약을 체결한 당사자 사이에서는 유효한 이른바 ‘상대적 효력’이 있는 계약으로 보는 것이 단체법상 타당할 것입니다.
우선 이번 대법원 판결이 긴 혹한기를 보내고 있는 벤처투자 생태계를 녹일 따듯한 바람이 되어주었으면 합니다. 그리고 사전동의권 조항을 대체할 다른 수단이나 대안에 대한 논의도 꾸준히 이어갈 필요가 있을 것입니다. 이번 대법원 판결이 나오기까지, 벤처투자 업계에서는 사전동의권이 무효화 될 경우를 대비한 다른 대체재 또는 방법을 찾는 일고의 노력을 다하였습니다. 논의되었던 ESG 가이드라인, 의결권행사계약(voting agreement) 등이 이와 같습니다. 기업의 자금조달 방법이 더욱 다양화되고, 투자자의 선택 기회도 확장되어 스타트업·벤처 시장에 생동감이 일기를 기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