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깜깜이 운영’으로 빚어진 참사… 가상자산 예치 서비스 줄도산 비상

가상자산을 맡기면 이를 운용해 이자를 지급하는 이른바 ‘가상자산 예치’ 서비스 업체들이 줄줄이 무너질 위기에 처하면서 비상이 걸렸다. 문제는 이번 사태의 원인조차 파악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가상자산업계에서는 이번 사태의 여파로 국내 가상자산 시장 곳곳에서 업체들이 파산하는 등 암흑기가 도래할 가능성이 크다며 긴장하고 있다.

15일 가상자산업계에 따르면 가상자산 예치 서비스 업체 ‘하루인베스트’와 ‘델리오’는 운영상 문제로 고객 자산 입출금 중단 조치를 취했다. 하루인베스트는 국내 기업인 블록크래프터스를 모기업으로 두고 있으나 법인은 싱가포르에 두고 있다. 하루인베스트는 비트코인, 이더리움, 테더 등 코인을 예치하면 최대 12%의 이자를 주는 방식으로 사업을 운용해 왔다. 다만 지난해 11월 당시 전 세계 3위 규모 가상자산거래소 ‘FTX’가 무너지면서 시장이 얼어붙자 하루를 포함한 여러 국내 사업체들도 이자 지급에 어려움을 겪어온 것으로 알려졌다.

하루인베스트는 지난 14일 입출금 중단 조치에 대해 하루의 파트너사인 비앤에스홀딩스(B&S Holdings)가 문제가 됐다고 밝혔다. B&S홀딩스는 고객이 하루에 예치한 가상자산을 위탁 운영해 오던 회사다. B&S는 주로 FTX를 이용해 가상자산 거래를 해왔는데, FTX가 파산하며 운용 자산의 상당 부분이 FTX에 묶여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하루 측은 공지를 통해 “B&S가 허위 사실로 기재된 경영보고서를 제공해 이용자를 기만했다”며 “B&S에 대한 형사 고소 및 민사 소송을 진행할 예정이다”라고 했다.


/델리오 공식 홈페이지 캡처

/델리오 공식 홈페이지 캡처


하루인베스트가 출금 중단 사태에 빠지며 어려움을 겪자 다른 예치 서비스 업체도 곤란한 처지에 빠졌다. 국내 가상자산 예치 서비스 업체 중 대표 격인 ‘델리오’ 역시 하루가 뱅크런(대규모 인출) 사태에 빠지자 출금을 중단시하기로 했다. 델리오는 하루 측에 고객 자산 일정 부분을 위탁해 운용해 왔는데, 하루가 경영 위기에 빠지자 고객 자산 보호 목적 등으로 관련 서비스를 중단했다. 델리오도 하루와 마찬가지로 비트코인 등을 맡기면 연 10% 이자를 지급해 왔다. 델리오 관계자는 “현재 하루가 문제로 지적한 B&S홀딩스 측을 만나는 등 사태 최소화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며 “조속히 사태를 마무리 짓고 사업 정상화에 나설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다만 가상자산업계에서는 이번 사태 여파가 어디까지 번질지 모른다며 우려스러운 반응을 보이고 있다. 최악의 경우 가상자산 예치 사업자의 연쇄 파산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경고도 나온다. 국내 금융 당국이 사업 내역 등을 들여다볼 수 있는 범위는 정식 가상자산사업자(VASP)로 신고가 수리가 된 곳뿐인데, 하루인베스트는 아직 신고 처리가 안 된 곳이라 정확한 사태 파악이 어렵기 때문이다.

익명을 요구한 가상자산 컨설팅 업체 임원은 “규모가 큰 하루가 무너지게 되면 델리오도 하루에 맡긴 채권 회수가 어려울 수 있다”며 “델리오 역시 국내 사업자 중 규모가 큰 곳에 속하기에 연쇄적으로 다른 곳도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다른 가상자산 트레이딩 업체 임원은 “현재 하루인베스트로 추정되는 가상자산 지갑의 거래 흐름을 보면 보유한 가상자산을 빼돌리고 있다는 의심이 든다”며 “만일 사실로 드러날 경우 비슷한 업체의 이미지 타격은 심각할 것”이라고 했다.

법조계에서는 이번 사태로 가상자산 예치 서비스 이용자들의 원금 손실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하고 있다. 이번에 문제가 된 하루인베스트는 해외법인을 통해 영업을 하는 국내 미신고 사업자로서 정부나 금융 당국의 관할 아래 놓여있지 않기 때문이다.

홍푸른 디센트 법률사무소 대표 변호사는 “하루인베스트와 같은 가상자산 예치 서비스들은 사실상 한국인이 국내에서 영업하지만 해외법인을 설립하는 등 정부의 규제와 감독권에서 벗어나 있다”며 “규제 사각지대를 이용해 운영해 왔지만 그 위험은 투자자들이 고스란히 감수해 왔다”고 비판했다.

출처 : https://biz.chosun.com/stock/finance/2023/06/15/L4I2BQCG65A3BJ5QTBFZJEPDJA/?utm_source=naver&utm_medium=original&utm_campaign=biz